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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실현 위한 새 정부 역할을 기대한다[특별 기고] 조완기 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
▲ 대한민국 청와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외쳤던 뜨거운 함성은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면서 정권교체라는 꽃을 피웠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절차적인 민주주의마저 파괴되는 현실에 가만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손에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얼마 전에 면담한 미국의 작가 리베카 솔닛이 “한국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비법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박 시장은 “화장실을 제공해서”라고 답변했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서울시장이 촛불시민들에게 화장실과 교통안내 등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지방자치는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 부활 2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중앙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반쪽짜리 자치이다. 시대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적응해야 할 지방정부는 변화의 속도가 더디기만 한 지방분권 정책이 답답한 실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은 집권적 국가체제에서 분권적 국가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질 때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것은 따로 논의 할 필요도 없다.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지방분권의 본격적인 실천이다. 지방분권은 정상적인 국가 작동 능력의 회복, 권력 남용과 부패의 방지, 정책결정의 합리성을 담보한다.

최근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지방정부에서 먼저 발굴하고 시행한 정책들이 많이 반영되었다. 이것은 지방으로부터 추진된 혁신이 중앙의 효율성을 제고한 사례이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엘리트 민주주의가 심화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중앙권력과 시민간의 수평적인 분권이 필요한 시대이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낳고 국민통합을 해치지만, 지방분권을 통한 권력의 분산은 소통을 하면서 국민주권이 실현되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커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헌법이다. 헌법117조, 법률우위의 원칙에 따라 자치입법권을 법령의 범위내로 제약하여 놓았다. 법령의 자치사무에 대한 세세한 규정으로 인해 지역 특색에 맞는 자치입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헌법 제 118조의 조직 법정주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방식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권한을 독점하고 일일이 통제하여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조직(기구) 설치를 가로막거나 정책 집행을 제한함으로서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재정 위기를 유발하는 불균형 재정구조로 인하여 지방재정은 열악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무상보육 논쟁에서도 보이듯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일방적으로 매칭비용을 부담시켜 지방재정 여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여 사회 통합을 해치기도 하였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이런 지방분권의 실태는 시민의 복리증진이 아니라 중앙권력의 집중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자치’라는 단어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지방분권 개헌논의가 본격화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지만, 현 상황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지난 정권시절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를 지원하는 부서가 아니라 행정통제의 역할에 충실했다. 지방자치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 살짝 정책을 내놓고, 장관이 교체 되거나 지방관련 비리가 있으면 언론에 흘려 지방자치 확장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행정안전부도 최근에 대통령 업무보고 토론에 제출한 보고서를 참고해 볼 때 내용적으로 알맹이가 없는 ‘맹탕’이 대부분이고, 과거에 발표된 내용을 반복한 방안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렇게 움직이는 데는 청와대의 지방분권 비서관실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는 조직의 특성상 자기의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자치분권 지원기관으로 스스로를 격하시킬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청와대 지방분권 비서관실은 행정안전부의 이러한 특성을 인지하고 대통령의 지방분권 정책공약을 조정하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사회가 87년 민주화 운동이후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지만, 많은 시민들은 그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후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위대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촛불에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 시스템을 넘어, 질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거대한 함성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어 참다운 민주주의, 수평적인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방분권의 실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 창의적인 정책이 지방마다 만들어지고 실행되면서 그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분권의 정착을 위한 과제를 이미 관련학자들과 지방의회, 지방정부를 비롯한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시민사회 등에서 제시하고 있다.

자치 입법권의 강화, 자치 조직권의 자율화, 자치 재정권의 강화, 지방의회 정책지원인력 도입, 지방과 중앙정부의 협력회의체 설치, 분권에 따른 각종 입법과제를 다루는 국회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해 지방분권을 전면화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하급기관으로 치부하면서 자치능력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으나,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시켜 견제감시 기능에 충실하게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지난 탄핵정국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중앙정부에서는 권력의 공백이 일어났지만,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아무런 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대통령이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행정안전부는 실행 방법을 제시하고, 국회는 입법을 하고, 지방은 실천 행동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밝고 통일에 대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이것을 중앙정부가 꼭 기억하기 바란다.

▲ 조완기 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

 

조완기  gpag21@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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