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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당, 자치분권 강화 위해 꼭 필요하다[김필두 특별기고] 자치분권 실질화를 위한 지역정당의 필요성

[김필두 특별기고 ②]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공화국(공화제 혹은 공화주의)은 주권이 국민 개개인에게 있으며, 이들 개개인은 사회공동체에 참여하는 자주적 공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치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개개인이 정치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의제를 통한 간접 참여 방식은 지역주민들의 무관심 집단이나 서민계층들을 대표로 뽑아 지역정치에 참여시키기가 어렵다. 이들 소외집단들은 선거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인정된 대표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한 공식적인 통로를 찾기가 어렵다. 

일반 주민들은 포럼, 공청회, 간담회 등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고 정보에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지 않으면 참여에 소극적이다. 따라서 법에서 보장하는 각종 주민참여제도들이 지방자치에 있어 주민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주는데 한계가 있다. 

주민참여를 위하여 개인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경우, 이들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쳐서 얻는 편익보다 크다고 인식되면, 주민은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게 된다. 주민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없다면 자치분권은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자치분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재정, 자치복지 등 지역의 자치권은 다양한 계층에 속하는 다수의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때,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다수의 주민, 특히 그 동안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던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는 체제를 것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 계급이 대다수의 민중들을 지배하는 엘리트주의를 멀리하고,평범한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 

지역주민들이 지방의회의 예산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일에 참여하는 지역참여예산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풀뿌리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는 민초민주주의(民草民主主義)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함석헌 선생은 “앓는 자에게 묻지 않고 약을 지을 수는 없다. 병을 고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앓는 자 자신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지역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 등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영토가 작아서 동일한 기후권에 속하고, 통일된 언어를 사용하고, 인종적인 속성도 동일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도시인 서울, 부산 등과 전라도, 경상도 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같은 서울 지역이라고 해도 강남권역과 강북권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고르게 잘 사는 지역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이 고르게 잘 살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발전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석헌 선생의 말처럼 그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지역의 자치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 자치권 강화의 출발점은 지역의 정치적 자율성 제고이다.

그 동안 학계와 정치계 등에서 지방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많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지방선거제도의 개혁 주체인 국회에서는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원칙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정당법의 개정등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국회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한 당분간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성을 가지고 활성화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지역정당(local party)’을 제도화하자는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주민들이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고,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고 전국정당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굳이 전국정당만이 후보를 공천할 수 있게 할 이유가 없다.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적인 정치조직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득권을 가진 전국정당을 견제하는 힘도 강해지고, 지역정책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정당법이 없지만, 헌법 제21조 ‘결사의 자유’에 의거하여 정당 결성의 자유, 활동의 자유, 정당의 자율적 운영 등이 보장된다. 정당의 조직이나 운영의 민주성에 대해서는 당원 또는 국민의 판단에 위임할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하거나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시민적 자유에 의거하여 정당간, 정당과 다른 집단이나 단체간의 자유롭고 공평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일본에는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지역정당(local party, 확인단체)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정당들은 자치단체장(정치가) 중심의 지역정당(오사카 유신회), 쟁점추구형 지역정당(감세일본), 생협 기반의 지역정당(동경생활자 네트워크, 가나가와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형태들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유권자단체(Wählervereinigungen, Wählergruppen)’라는 이름으로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내는 정치단체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단체는 특별한 법적 형식요건없이 자유롭게 결성하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유권자단체가 작성한 후보명부가 등록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의 유권자로부터 일정한 수의 지지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인의 수는 10인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수에 비례해서 정해진다. 

독일의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단체 뿐만 아니라 정당도 후보명부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지지서명을 받아야 한다. 독일의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여러 유권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유권자단체가 얻는 득표율은 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2008년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는 전체 지방의원 3만2802명 중에서 유권자 단체의 당선인이 1만4514명이었다.

우리나라 정당법 제4조는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의 예를 보면, 지역정당제도를 명시적으로 법률 등에 규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무소속 등)으로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이 지역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정당이 출현한다고 해도 중앙정당의 이슈에 휘둘리거나 중앙정당에 줄서기만 하는 주민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지역정당도 유면무실하게 된다. 지역의 자치권 강화를 선도하는 지역정당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의 시민의식과 자치의식, 참여의식 등이 높아져야 한다.

따라서 주민이 상시적으로 참여하여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다양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론의 장에는 다양한 지역사회단체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사회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합의된 의견이나 정책대안은 지역정책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단체와의 다양한 소통과 의견반영을 위한 경로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단체의 지역정책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단체에 제공하여야 한다.

중앙집권적인 정당제도의 개선 없이는 자치분권은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고 지역의 자치권 확보는 불가능해 진다. 

▲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필두  kpd@kril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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