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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지방분권을 외면하면 안 된다[이수창 경운대 교수 특별 기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어언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렸으나, 아직까지 지방분권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26년이라는 그리 짧지 않는 기간 동안, 역대 정권이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정치적·정책적·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민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하여 지방자치를 위한 부활탄을 쏘아 올렸다. 국민정부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 로드맵을 마련하여 지방분권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분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방분권과 지방이양추진체계를 일원화시켰다.

아쉽게도 박근혜 정부 하에서 지방분권은 중요한 국정과제가 되지 못하였다. 이런 역대 정권의 지방분권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방분권 수준은 기대 이하이며 그 분권구조 또한 불균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높은 수준의 지방분권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에 대한 기대는 우리에게 오히려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우리의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인가?, 안 될 것을 우리가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지방분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들 중에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부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언뜻 보면 유치한 핑계꺼리로 들릴 수도 있고 아니면 지방정부에게 가장 현실적인 지적일수도 있다.

이런 지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중앙정부가 높은 수준의 지방분권을 실현하고자 하나 지방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일방적 불신의 측면과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고자 하나 중앙정부가 제도적·법적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피동적 측면이 공존한다.

우리는 동전 앞면과 같은 이 문제를 어쨌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문제 해결이 곧 지방분권의 가속화를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중앙정부가 어떻게 지방정부를 평가하든지간에 지방정부는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함은 당연하다할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런 맥락에서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제고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지방정부가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역량, 지방의정 역량,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집행역량 강화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강화 대상을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자치의식 정도는 지방자치의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의 자치수준을 평가할 때 반드시 지역주민의 자치의식 수준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이다. 지역주민의 자치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의 지방정치 및 행정에 대한 참여 활성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과 같은 제도가 구비되어 있지만 이런 방식보다는 주민이 자연스럽게 지방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선행되어야 하며 활성화되어야 한다. 독일 에센시의 주민참여 프로젝트가 이런 맥락에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커다할 것이다.

둘째, 지방의정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질과 역량이 높은 인재가 지방의원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지방의원의 자질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현 시점에서 높은 인품과 덕망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지역 차원에서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런 인재가 지방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지방정치 수준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의회 사무과(처) 소속의 전문위원이 지방의원의 정책지원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역부족한 실정이다. 국회의원과 같은 전문보좌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방의원의 의정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안적 방안 모색에 정치적·학계적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집행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방행정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 관점에서 볼 때, 지방자치 역량 강화와 관련하여 지방공무원의 지방행정능력은 항상 비판의 도모에 오른다. 때문에 더욱 더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방행정능력을 꾸준히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공직사회는 계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공직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속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런 속성은 과거와 현재만 보고 미래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근시안적인 인간을 만들어 낸다.

때문에 지방행정 책임자의 정책기획 능력, 정책집행 능력, 정보활용 능력, 문제해결 능력, 변화혁신관리 능력,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 갈등조정 능력 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좋지 못한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좋은 것은 받아들여 지방행정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행정능력을 이제는 비단 공무원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지역 문제를 지역의 모든 주체가 참여하여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근원적인 의미인 만큼 지방행정능력은 지역 모든 주체의 역량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방행정능력을 지방자치단체만으로 제한할 경우 그 능력은 미흡할지 몰라도 지역의 주체인 지역주민, 지역유관기관, 시민단체, 대학 및 연구소를 포함할 경우 그 능력은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때문에 지방행정능력을 확대·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지역주민, 지역유관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협력적·공생적 네트워크 혹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한 손의 손가락만큼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까지 지방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역대 정부가 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지방분권에 대해 절실함이 없이 시간만 보낸다면, 우리의 지방자치는 사람의 나이로 30살이 넘게 될 것이다. 통상 사람이 이 정도 나이가 되거나 되기 이전에 부모로부터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보다 과감하고 개혁적인 방법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는 자립하지 못하고 아마도 평생 부모님 곁에 붙여 사는 문제 있는 사람처럼 되어버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고민스럽다.

▲ 경운대학교 이수창 교수

 

이수창  leesc@i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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