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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형 자치분권 개혁[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특별기고]

1999년 이후 개시된 우리나라의 자치분권 개혁은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자치분권이 지니는 고도의 정치적 특성이 자치분권 개혁의 성패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자치분권은 지방의 창의와 다양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자는 국정체제의 전환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권력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력의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이 존재해 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의 해결은 지역주민의 여론이 좌우하는데, 그간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신뢰와 여론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은 지방정치인을 부패와 부조리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은 자치분권 개혁으로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면 중앙정치인의 행태를 그대로 지방정치인들이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은 자치분권이 자칫 지방정치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분권 개혁에 높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바꾸어 표현하면 자치분권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이끌어 낼 지방정치인들의 수신제가가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원들은 끊임없이 각종 비리와 부조리에 연루되었다. 지방정부의 장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 각종 인‧허가와 인사 비리로 형사처분에 이른 사례도 많다.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여 형사처분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품을 받고 공무원을 승급시키는 등의 인사 부조리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해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였다.

지방의원들도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본인과 친인척이 하는 사업에 편의를 봐주기 위하여 집행부서에 부당하게 압력을 가하거나 부정청탁을 하는 사례도 많았다.

지방의원들은 당선 횟수가 높아지면 초심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의정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지방의회 집행부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각종 비리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을 수수하거나 각종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여 주민들에게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을 주는 원인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선거 시 지역정치인의 공천을 행사하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다보니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마치 하위 직원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들이 해당 지역구를 방문하는 날이면 지방의원들은 회기 중이어도 지방의회에 출근하기보다는 국회의원을 보러 가는 경우도 발생하여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지역정치인들이 국회의원들로부터 공천을 받기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도 다수 발생하였음은 물론이다.

지역정치인들이 선거에 당선되어 지방정부의 장이나 지방의원이 되면 그들의 행태는 권위적으로 변한다. 각종 공식행사 때는 물론이고 그들의 일상에 낭비적인 의전이 커다란 부작용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장들은 그러한 의전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행사 때 그들이 보이는 행태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본 행사보다는 식전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공식적인 업무와는 무관한 각종 의전에 동원되다보니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행정의 비효율에도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장이 출장 등을 다닐 때에는 수행원을 필요이상으로 대동해 주민들을 경악케 한다.

자치분권 개혁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주민들도 자칫 상기에서 예시한 지역정치인의 행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역정치인들은 그들이 지역주민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지역주민에게 주어야 한다.

지역정치인들이 수신제가의 모습으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간다면 자치분권의 개혁은 이전보다 월등히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것이다. 자치분권 개혁을 추진하는 지역정치인들에게 수신제가는 자치분권 개혁의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이다.

▲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sekim03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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