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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의 과제[특별기고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국가 중에서 우리처럼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1980년대 들면서 영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자치분권개혁을 추진하였다. 미국은 
1960년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의 건설을 위해서 구축하였던 정책체제가 중앙집권적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레이건 대통령은 ‘신연방제’의 기치 하에 전통적인 자치분권체제로 전환하였다.

일본은 국가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자치분권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유럽 국가 중에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였던 프랑스조차도 1980년대 들어 자치분권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2003년 자치분권 개헌으로 지방분권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프랑스 헌법 제1조는 공화국, 평등, 신념의 자유 등 프랑스 헌법의 기본이념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이념으로 지방분권을 규정하였다. 영국은 197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보수당의 대처정부는 중앙집권적인 행정개혁을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대처수상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노동당의 런던광역시의회(Great London Council)를 1986년 해체하기도 하였다. 영국의 자치분권은 1997년 노동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시되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자치분권에 관한 논의와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중앙행정권한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위한 추진체제로서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2008년 해체되기까지 단위사무별로 중앙행정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주체가 되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자율과 분권의 지방화시대’라는 기치를 내세워 본격적인 자치분권 개혁을 추진하였다. 지방이양추진위원회와 더불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치분권의 종합적인 로드맵을 작성하였다. 로드맵에서는 20개 기본과제와 47개 세부과제별로 매우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시효가 만료되는 지방분권특별법을 대신하여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방행정개편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이원적인 체제를 유지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이명박 정부의 이원화된 지방분권의 추진체제를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으로 추진체제를 단일화하였다.

우리나라도 상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9년 이후 현재까지 18년 동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새롭게 추진체제를 구축하여 자치분권을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중앙집권적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지난 18년간 5개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다양한 추진체제를 구성하고 많은 예산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특별자치제도를 제외하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자치분권의 성과물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치분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치분권개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자치분권에 대한 경제계와 국민들의 무관심, 조직화된 중앙관료와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 중앙집권적인 전통과 문화 등이 자치분권의 개혁을 가로막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자치분권을 지지하는 그룹의 추진력은 조직화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강력하여야 한다. 자치분권은 국정체제를 변화시키는 어려운 개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동안 자치분권을 주장하였던 집단의 조직과 힘은 개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자치분권이 추진되었고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할 지방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의 재정적 지원을 둘러싸고 상호간에 갈등과 반목을 보임으로써 통일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분권의 성공여부도 대통령의 의지와 더불어 자치분권을 추진하는 그룹의 조직화된 힘에 달려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방정부, 도시와 농촌의 지방정부가 자치분권에 대한 합의점을 토대로 강력한 연대를 보이지 못한다면 긍정적인 개혁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sekim03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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