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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자키역에 쾌속열차는 서지않아[여행기] 돗토리에서 한 달 살기 <2>
요나고 역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된다. 여행지로 떠나는 공항이든 여행지에 도착하는 공항이든 느껴지는 여행의 무게감은 같다. 인천 공항에서 12시 30분 출발예정이던 요나고행 비행기는 출발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출발했지만, 도착예정시간인 2시에 요나고 기타로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요나고 기타로 공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0분 남짓. 김포 공항에서 제주 공항으로 갈 때 걸리는 시간과 비슷했다.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구나.

입국수속을 마치고 요나고 기타로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눅눅한 습기와 후끈한 열기였다. 끈적거리면서 달라붙는 후텁지근한 느낌은 ‘아, 여기는 서울보다 습도가 높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들었다. 온몸에 달라붙는 끈적거리는 느낌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떼고 싶을 정도였다. 돗토리현에 있는 동안 더위로 인한 불쾌지수에 내내 시달려야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열차.

요나고 공항에서 요나고 공항역은 걸어가기에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요나고 공항에서 마츠자키까지 공항버스가 운행되었지만, 승객이 없어서 없어졌다는 얘기를 강미선씨에게 들었다. 마츠자키역까지 전철을 타면 된단다. 전철이 운행된다면, 목적지인 마츠자키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없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요나고 역은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주인공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역 구내와 운행을 기다리는 열차 등에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이 그려져 있거나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철도 건너편에는 명탐정 코난이 그려진 코난 열차가 서 있다. ‘만화왕국 돗토리’라는 말과 함께 다양한 의상을 입은 코난 캐릭터들이 그려진 열차였다.

돗토리현은 이들 만화 캐릭터들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관광객들은 코난과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캐릭터들을 만나러 돗토리현을 찾아온다. 요나고 공항과 요나고 역에서 가장 먼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이 만화 캐릭터들이다. 특히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캐릭터들은 괴기스러우면서도 눈길을 끄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게 특징이라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코난 열차

요나고 공항역 역시 뜨거운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역에 막 도착했을 때 열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사카이미나토(境港) 방향으로 가는 열차였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지? 확인하니 요나고역 방향이었다. 열차를 한 번만 타면 마츠자키역으로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우리가 탄 열차는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역까지만 운행한다.

게다가 교통비가 어찌나 비싼지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요나고 공항역에서 마츠자키역까지 운임은 1320엔. 이걸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만3천 원? 잘못 본 줄 알고, 보고 또 봤다. 일본의 교통비가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비싸구나 하는 실감을 제대로 했다. 교통비가 이렇게 비싸면 여행경비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요나고역에서 승객이 모두 내려 우리도 따라서 내렸는데, 막막했다. 어디서 환승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나. 막연히 요나고 공항에서 마츠자키역까지 한 번에 가는 전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마침 우리가 탔던 열차의 기관사가 열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본어는 단어 몇 개만 나열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급할 때는 서바이벌 일본어가 튀어나온다. 몇 개의 단어만 나열해도 의사가 충분히 전달되는.

요나고역에 있는 열차시간표

마츠자키 역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젊은 기관사는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숫자들이 빡빡하게 적혀 있는 열차운행시간표였다. 그는 그걸 한참 들여다보더니 4시 14분에 돗토리행 열차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때 시간이 3시 30분경이었다. 허걱, 4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도 어쩌누, 다른 방법이 없으니 기다려야지.

역 플랫폼에 있는 열차시간표 입간판에는 열차 시간이 빨간색, 황토색, 검은색 세 가지 색깔로 구분되어 적혀 있었다. 빨간색은 쾌속, 황토색은 특급, 검은색은 보통열차다. 우리의 목적지인 마츠자키역에는 쾌속열차가 서지 않는다.  그건 마츠자키가 돗토리현의 아주 한적한 시골마을이라는 뜻이렸다.

요나고역에서 마츠자키역까지 열차로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오랜만에 완행열차를 타는 기분을 만끽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리는 열차의 창밖으로 우리나라에서 익숙히 보았던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논과 밭 그리고 낮은 건물들과 집들. 고층 아파트는 없다. 그게 마음에 든다.

5시가 훌쩍 넘어서 마츠자키역에 도착했다. 요나고 공항에 도착한 게 2시경이었으니, 요나고 공항에서 마츠자키역까지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지도를 들여다볼 때는 무척이나 가까운 것 같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리는 고작 71.1km밖에 안 되는데 말이지.

돗토리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교통편이다. 이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마츠자키역

마츠자키역에서 숙소인 타미 게스트하우스는 아주 가깝다. 걸어서 2분 남짓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요일이고, 해가 지기 전인데, 역 앞은 아주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도 나와 동생밖에 없었다. 역 앞에 몇 개 없는 가게들도 죄다 문을 닫았다. 이럴 때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고 표현하는 건가?

눅눅하게 온몸에 달라붙는 후텁지근한 기운을 털어내면서 타미 게스트하우스를 향해 걸었다. 여행용 가방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조용한 마을의 좁은 도로를 가득 채운다. 너무 한적한 동네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이미 도착했으니.

타미 카페 입구에는 전등이 켜져 있었다.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드디어 도착이다. 안도감도 느껴졌다. 카페 입구와 게스트하우스 입구는 다르다. 작년에 왔을 때보다 게스트하우스 건물이 낡아보였다. 예전에 료칸이었던 건물을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개조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과 달리 시원했다. 카페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모여서 흥겹게 떠드는 듯 했다. 역 앞에서는 사람들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그대로 카페에는 손님들이 있구나.

숙박부를 쓰고, 숙박비를 지불하고 도미토리로 안내를 받았다. 1층은 게스트하우스, 2층은 셰어하우스라는 설명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들었다. 셰어하우스에는 20대에서 30대의 젊은 남녀들이 살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 나중에 알게 되었다.

타미 게스트하우스 건물

도미토리는 남자 6인실 하나, 여자 6인실 하나씩이다. 주의사항은 내부 사진을 절대로 찍으면 안 된다는 것. 그렇다고 쥔장이나 스태프들이나 사진을 찍을까봐 걱정이나 간섭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알아서 잘 지켜주겠거니 할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층 침대 3개가 놓인 6인실 여성 도미토리는 어두웠다. 조도가 낮은 조명 때문이다. 2개의 침대는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인 마미상이, 다른 하나는 홍콩에서 일본으로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귀국 전에 일본여행을 하고 있다는 타미가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2층 침대의 1층을, 동생은 2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매트리스 시트와 이불 커버, 베개 커버는 직접 씌워야한다.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을 한 하얀 시트와 커버는 원할 때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한 켠에 있는 창고에는 잘 세탁된 시트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유혜준  olive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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